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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조각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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⑯ 잡히지 않는 현재라는 공간에서, 끊임없는 질문을 던진다
  • 게시일 : 2022-11-03
  • 조회수 : 38

(16) 한국 동시대 조각의 실험
존재와 비존재, 형상과 비정형…
경계 넘어 통섭하는 시도야말로 변화의 흐름 속 우리시대의 조각
서울시립북서울미술관이 주최한 '조각 충동'전에 출품됐던 최태훈 작가의 '살-자소상'(2022)서울시립북서울미술관이 주최한 '조각 충동'전에 출품됐던 최태훈 작가의 '살-자소상'(2022)
조각의 사전적 의미는 깎고 새겨 형상을 만드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조각은 현실 공간에서 삼차원적 형상을 창작하는 행위를 말한다. 하지만 현대에 들어서 과학의 발전과 사회 경제적 변화, 장소와 관람객과의 관계성 등은 전통적 조각 개념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오게 했다.

이 같은 변화의 추세 속에서 조각이란 무엇인지 질문이 던져졌고 '뮌스터 조각 프로젝트'가 만들어진 계기가 됐다. 뮌스터 조각 프로젝트가 열리는 10년이라는 주기는 시대적 변화를 감지하기 좋은 시간이다. 조각가들은 시대적 변화의 흐름 속에서 우리시대 조각이란 무엇이고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 끊임없이 생각했다. 조각이 가지는 장르적 특성과 조각적 언어에 대한 실험을 통해 동시대 미술로서 조각을 탐구해왔다.

우리나라 현대미술은 광주비엔날레를 비롯해 부산, 서울 등 국제 미술 전시를 개최하면서 많은 성장을 했다.

올해 주목받았던 전시 '조각충동'(6월 9일~8월 15일, 서울시립북서울미술관)에 참여한 젊은 조각가들, 제59회 베니스비엔날레 본전시에 초대된 이미래와 정금형 등은 동시대 조각이란 무엇이며 또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지 잘 보여줬다.

특히 최근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인류의 변화와 조각의 변화가 이들의 작품에도 고스란히 반영되어 보여줬다. 이들 작가의 작품에서 찾을 수 있는 가장 큰 공통된 주제는 '우리 시대의 조각이란 무엇인가'이다.

코로나19 이후 가상현실은 일상 속에 깊이 들어왔다. 우리의 일상은 디지털 플랫폼에 연결돼 작동된다. 이제 가상세계와 현실세계는 더 이상 분리돼 있지 않다. 이 같은 변화는 최근 조각의 흐름에서도 잘 드러나 있다. 먼저 가상현실이라는 세계와의 만남은 3차원적 물질 형상이라는 전통적인 조각 개념을 무너뜨리며, 동시에 과연 조각이란 무엇인지 근본적인 물음을 던지게 한다. 또한 최근 과학 기술은 물성에 기반해서 지각했던 감각의 현실 세계와는 전혀 다른 비물질의 감각을 경험하게 한다. 이런 가상현실과 비물질성은 어디까지가 조각인지, 조각적 감각, 조각적 관계는 무엇인지 질문하게 한다.

조각의 가장 오래된 주제인 신체 역시 다시 해석되고 새롭게 창조된다. 신체의 감각이 달라진 시대에서 신체는 더 이상 이전의 신체일 수 없다. 인간 존재를 증명하는 신체이지만, 과학 기술이 발전으로 인간 신체는 다른 매체와의 결합으로 확장됐다. 신체를 벗어난 감각들은 새로운 감각을 토대로 세계와 접속하며 이전과는 다른 관점과 인식의 세계로 나아간다.

오랜 시간 실존과 물성에 대한 다양한 매체와 실험을 해왔던 조각이기에 조각가들은 다른 장르보다 근본적인 고민을 할 수밖에 없다. 변화하는 조각의 정체성, 변화하는 시대 앞에서 우리 조각가들은 동시대 조각은 무엇이며, 미래의 조각으로 어떻게 가야할지 존재와 비존재의 경계에서 끊임없이 질문하며 고민한다. 이런 변화 속에서 동시대 조각은 전통적 조각 개념을 극복하고 확장하며, 조각의 감각과 관점을 바꿨다.

조각이면서 동시에 조각이 아닌 조각, 작가와 관객, 장소와 다양한 것들과 관계를 맺으며, 우리시대 조각은 끊임없이 조각이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 질문을 던지며 동시대성을 반영하고 실험하고 진화한다. 이렇듯 우리 조각가들의 조각적 실험은 감각과 감정, 형상과 비정형, 물성과 비물질, 이 모든 경계를 넘어 통섭하며 탈주를 시도한다. 현재는 과거와 미래의 사이에 있을 뿐, 명확히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다. 잡히지 않는 현재, 동시대를 붙잡으려 고군분투하는 조각가의 행위 자체가 동시대 조각이자 유쾌한 실험인 것이다.

박수진 서울시립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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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fnnews.com/news/202211031820019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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